작성일 : 24-10-2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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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서병진
 조회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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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출발
10월 25일. 霜降이 지난 탓인가 가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동안 치근덕거리는 늦더위와 얼룩덜룩 날씨로 가을이 힘을 못하더니, 경주향교에서 이종암 전교, 이상락 사무국장, 장의 여러분이 탐방 길에 나서는 날. 고맙게도 서늘한 바람에 하늘이 참 맑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가을 하늘에는 얼 하나 없구나!” 수필 한 구절이 떠오른다. 깨달음(覺)도 이렇게 순간적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아무튼, 삽상한 바람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茂朱鄕校‘와 ’赤裳山 史庫‘ 탐방하고, 적상산의 아름다운 自然景觀을 감상하며 心身을 달래볼 참으로 가는 탐방이다.
말갛게 푸른 하늘, 새들의 노래, 간간이 흐르는 구름, 바람 소리. 어느 것 하나 詩 아니고, 道 아닌 것이 없다. 어찌 聖人의 道가 經典 속에서 잠자고 있으리. 어느 시인이 丹楓을, 붉게 물들었던 아픔이 소리 없이 무너져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이라 했던가. 일행 28명이 모두 나이는 저만큼 던져두고 童顔에 약간씩 들뜬 마음이다. 이래서 여행이 힐링인가 보다.
전교님, 사무국장님을 비롯하여 여러 장의님이 앞다투어 贊助 協贊하는 분위기, 서로의 인사말을 겸한 德談,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다더니, 마음 맞는 이들의 정담에도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11시 30분경 무주향교에 도착. 무주향교의 전교와 임원들의 친절한 안내로 무주향교에 들어서다.
2. 무주향교(茂朱鄕校)
일행이 미리 깔아놓은 돗자리에 자리하고, 略式이지만 執禮의 홀에 따라 謁者의 안내를 받으며, 이종암 典校가 焚香. 일행 모두가 4 拜로 문묘 참배.
茂朱鄕校는 1398년(태조7)에 창건 운영되다가 호랑이 피해가 심해 1692년(숙종16)에 향로산 서쪽으로 이전, 그곳이 지대가 습하여 다시 현 위치로 이전하여,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하마비, 내삼문, 명륜당, 동재와 서재, 외삼문, 동무와 서무, 대성전으로 모습을 갖추었다.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선비를 기르는 양사재가 있다. 춘추로 받드는 석전대제 이외에 명륜당에서 향교 일요학교를 운영하고, 학생들에게 전통 체험학습의 장을 제공한다. 여러 채의 가마와 전통 혼례 용품, 미술 작품, 음악회 포스터 등으로 보아 향교가 지역 주민의 문화 센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 중식과 오후 일정
해설사(임옥임)의 ‘전설의 고향’을 곁들인 알찬 해설로 무주향교 방문을 마치고, 식당으로 이동하여 능이버섯전골을 주메뉴로 넉넉하게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茂朱는 무풍면의 茂와 주계면의 朱가 합쳐져서 생긴 명칭이라 ‘州’가 아니고 ‘朱’를 쓴다는 해설이 있었다.
오후 일정. 무주는 해발 1614m 향적봉을 주봉으로 하는 덕유산과 무주구천동, 붉은 단풍이 치맛자락으로 늘어진다는 적상산, 양수발전시설에서 생겨난 터널인 ‘머루와인 동굴’, 안국사, 반딧불이 테마파크, 태권도 공원, 적성산 사고(史庫) 둥 보아야 할 곳이 널려있다. 탐방도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일. 적상산에서 양수발전시설과 산정호수, 적상산 사고를 탐방하기로 했다.
4. 적상산(赤裳山)
가을철에 온 산이 빨간 치마를 입은 것 같다 하여 赤裳山. 금강의 지류인 무주남대천이 발원하며, 계곡이 방사상으로 발달했다. 정상에 적상산성이 있으며, 성(城)안에 적상산 사고와 안국사, 호국사가 있다.
해설사의 해설. 여인의 붉은 치마, 그 붉은 치맛자락이 드리워진 산. 치맛자락을 올리면 여인의 속 고쟁이가 나오고, 고쟁이를 벗기면 子宮 아닌 여궁(女宮)이 나오고, 여궁에서는 물(폭포)이 흐른다. 여궁 앞에는 촛대바위가 있어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는 신비로운 산이란다. 그래서 적상산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산, 사랑받는 산이란다.
(1) 무주양수발전소와 전망대
버스로 굽이굽이 오르면 산 정상 부근에 산정호수(상부댐 赤裳湖)가 있다. 발전 시설까지는 볼 수 없지만,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인양하여, 다시 내려 터빈을 돌린다. 생산된 전기를 대구의 공단까지 보낸다고 한다.
전망대. 평화로운 가운데 사방이 확 트여 가슴이 시원하다. 멀리 가까이 산들이 첩첩으로 파노라마다. 해 뜰 녘에는 발전소의 조명과 푸른 하늘과 노을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고 한다. 해 질 녘에는 점차 어두워지면서 노을이 주는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움이 연출되고, 주변 소리가 가라앉은 차분한 평화로움이 가슴을 적셔준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시간이 없어 다음으로 미루고, 올라온 김에 눈 돌리고 고개 돌리며 조망했다. 가까이는 맑고 푸르던 잎새가 붉고 노랗게 변하고 있고, 멀리에는 기어가는 산들이 하늘에 맞닿아 구물구물 짝짓기하는 것 같다. 자신의 품 안에 나무도, 짐승도, 새도, 사람도 낳아 기를 품새다.
3. 적상산 사고(史庫)
묘향산사고(妙香山史庫)가 후금의 위협과 관리의 소홀로 소장 도서가 망실(亡失)될 우려가 있어, 1614년 적상산성 안에 실록전(實錄殿)을 건립하고, 1618. 9월부터 실록을 移置한다. 1633년(인조 11) 묘향산사고의 실록을 모두 移安. 1641년 선원각(璿源閣)을 짓고 史庫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사고의 수호와 산성 수비를 위해 승병을 모집하고, 호국사찰인 호국사를 지었다. 숭유억불 정책 속에서도 불교가 나라를 지키고, 역사를 지키는 일에 꾸준히 앞장서 왔으며, 동원하기도 승려가 쉬웠을 것이다.
보관되어 오던 실록이 일제강점기에 散秩되고, 6.25 한국전쟁 중에 분실되었다. 지금 선원각과 실록각에 실록 영인본과 묘향산에서 사고본을 가져오던 이안행렬, 실록 의궤 모형, 적상산 디오라마 등 역사적 자료를 살필 수 있었다.
4. 귀가 및 탐방 소감
시간을 야무지게 짰지만 돌아갈 길이 바빠졌다. 탐방에 더 욕심내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함께 탐승한 회원님들이 참 부럽고 좋았다. 연세에 비해 건강하여 부럽고, 和而不同의 분위기가 좋았다. 긍정적으로 자연과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럽다. 경주향교 掌議 분들의 품격을 보았고, 인간관계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됨을 실감했다. 하나같이 훈훈한 분들이다.
탐방 내용으로는 무주향교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알뜰히 관리되는 모습을 보았다. 소수의 유림이 애정을 가지고 전통문화 계승과 문화창달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문을 닫아놓은 향교가 아니라, 열려 있는 향교, 학생들의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좋았다.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적상사사고(史庫)에서는 역사 기록, 사료의 중요성을 재인식했다. 여러 곳에 분산하여 史庫를 설치했고, 그 사고를 지키려고 많이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뿐이랴.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것을.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지만, 곳곳에서 호국의 의지도 많이 느꼈다.
’무주양수발전소‘에서는 요사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에코 그린 프린티어” 운동을 떠올리며, 체코와의 원전 수주가 잘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절후와는 달리 가을이 설익어 赤裳山의 이름처럼 여인의 붉은 치맛자락이 흘러내리는 단풍은 아니었다. 하지만, 맑은 하늘 아래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이 눈과 마음을 씻어주었다.
전교님, 사무국장님, 여성유도회 회장님, 운전 기사님의 봉사와 배려가 아름다웠고, 회원 모두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웠다. 모두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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